기사 : 2009-10-26 07:04

         

토플 116점… IET - 국제영어글쓰기대회 잇단 수상… 중2 이단아 양

《“영어공부를 막 시작했을 땐 ‘매직 트리 하우스(Magic Tree House)’처럼 어휘나 내용이 단계적으로 어려워지는 시리즈물이 좋아요. 대략 80페이지 분량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죠. 초등학교 4, 5학년에겐 작가 로알드 달의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그의 작품 중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어요. 영어에 흥미를 붙이는 덴 그만이죠.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았다면?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읽으세요. 톨킨은 말을 아름답게 쓰기로 유명해요.”》

문법 따로 익힌다? NO!
꾸준히 읽고 쓰기 반복하면
규칙 저절로 몸에 배죠

○ 쓰기 어느정도 자신 붙으면 형식 갖춘 글쓰기 익혀야
서울 월촌중학교 2학년 이단아 양(사진)의 토플 점수는 116점(120점 만점)이다. 중 1, 2학년 때 치른 IET(국제영어대회·대원외고와 미국 조지워싱턴대가 공동 개발한 국제영어학력평가대회)에서 2년 연속 서울지역 금상을 차지했고, 최근 참가했던 국제영어글쓰기대회(IEWC)에선 전국 동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수상 실적은 화려하다.

그중에서도 글쓰기대회 실적이 두드러진다. 이 양은 초등 저학년 때부터 한국어든 영어든 교내외 글쓰기 대회에 참가했다 하면 크고 작은 상을 수상했다. 비법이 뭘까.



○ “문장이 입으로 술술 나올 만큼 영어를 무한 반복해 들었어요”

이 양은 해외 경험이 전무한 ‘토종파’다. 초등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아는 영어라곤 알파벳이 전부였다. 이 양은 초등 3학년 때 ‘인어공주’ ‘니모를 찾아서’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영어비디오는 딱 한 번만 봤다. 전체 흐름과 내용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그런 다음엔 오디오파일을 통해 소리만 들었다. 식사시간에도, 학교 갈 준비를 할 때도, 잠자기 전에도 들으며 하루에 애니메이션의 오디오파일을 20회 이상 들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귀로 들었던 소리가 자연스럽게 입으로 나왔어요. 마치 좋아하는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면 가사가 그냥 입에서 흘러나오듯 말이에요. 그 무렵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이때도 오디오북을 구입해 눈으로, 귀로 열심히 읽고 들었어요.”

이 양은 일주일에 3권 정도의 새로운 책을 읽었다. 좋은 표현이나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밑줄을 그어 놓고, 수첩이나 휴대전화 메모장처럼 수시로 볼 수 있는 곳에 기록해 두었다. 좋아하는 책은 10회 이상 반복해 봤다. 어휘와 구문이 어느 정도 눈에 익자 이 양은 영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처음엔 단어만 나열했어요. 내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덴 충분해요”

“3학년 학기 초에 엄마가 또래들이 쓴 영어일기를 묶은 책을 선물해 주셨어요. 그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가 어려운 게 아니란 걸 느꼈죠. 그래서 바로 영어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 이 양의 영어일기는 단어들의 무질서한 집합체였다. 동물원에 다녀온 얘기를 ‘zoo(동물원)’ ‘lunch(점심)’ ‘elephant(코끼리)’로 표현하는 식이었다.

이 양의 어머니는 그런 이 양에게 주어 동사가 뭔지, 현재진행형이 뭔지를 공부하게 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문법을 익힐 거란 생각에서였다.

이 양은 학교에서 제출토록 하는 한국어일기 대신 오류투성이인 영어일기를 제출할 정도로 영어 글쓰기를 즐겼다. 자기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문법, 형식에 얽매이면 한 문장도 쓰기 힘들어요. 아는 단어부터 죽 쓰세요. 단어가 모여야 문장이 되고, 글이 되죠. 규칙을 익히는 건 그 다음이에요. 문법도 따로 익힐 필요가 없어요. 꾸준히 책을 읽고 소리 내 읽다 보면 규칙은 자연히 몸에 체화()돼요.”



○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뒤엔 글쓰기 기술을 체계적으로 익혔어요.”

이 양은 초등 5학년 때 영어전문 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쌓아 온 영어실력을 토플공부를 하며 체계적으로 다듬었다.

“형식에 상관없이 내 생각을 마음대로 쓰다가 일정한 틀에 맞춰 쓰려고 하니 처음엔 적응이 안됐어요. 문법적으로 정확해야 하고 주제에 따라 쓰는 어휘도 달라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죠. 처음엔 너무 어려워서 당황했어요. 쓰고 또 썼죠.”

이 양은 서론, 본론, 결론 형식에 맞춰 글을 쓰는 연습을 했다. 글에 논리가 생겼다. 짧은 글을 읽고 요약해 쓰는 훈련을 하자, 핵심만 압축적으로 쓰는 방법을 깨닫게 됐다. 토플에 자주 출제되는 180여 개의 주제에 대해 모두 쓰고 나니 어휘력도 부쩍 늘었다. 같은 의미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형식에 맞춰 글을 쓰는 연습을 하면 쓰기 실력이 탄탄해져요. 자기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구체적인 예를 들어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거든요. 단, 형식이 아니라 그 형식 속에서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돼요. 결국 글이란 내 ‘생각’이니까요.”



○ “이젠 붕어빵을 보고도 현대인의 세태를 꼬집는 수필을 쓸 수 있어요.”

1년간 글을 체계적으로 쓰는 훈련을 한 이 양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문학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시, 수필,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영어로 썼다.

먼저 어떤 장르의 글을 쓸 것인지 정했다. 그런 다음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 사회, 정치, 문화 등의 이슈와 접목시켰다. 이때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다보면 글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가 잡혔다.

“엄마가 붕어빵을 사오셨어요. 붕어빵 반죽에서 생쥐를 발견했다는 기사를 읽은 뒤부터 전 붕어빵을 먹지 않았어요. 근데 좀 더 생각해보니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은 붕어빵 말고도 굉장히 많잖아요. 위생조건이 어떤지도 모르고요. 이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어떤 음식도 먹을 수 없죠. 여기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는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의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죠. 붕어빵에서도 풍자적인 글이 탄생할 수 있어요.”

이 양은 이렇게 쓴 글을 10회 이상 퇴고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어소설을 친구들과 함께 쓰기도 하고, 단어의 운율을 맞춰 시를 쓰기도 한다.

이 양은 이 모든 과정을 어떻게 해낼 수 있었을까.

“영어로 생각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전 책이나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이나 주변 사물에 대해 영어로 말해보는 연습을 매일 했어요. 그런 뒤 글을 쓰면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죠. 하도 영어로 중얼거려서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은 적도 있어요. 하하.”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2010/10/12 00:27 2010/10/1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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